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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난 기본 소득 한 달, 가계 에 숨통 이 트 이자 시장 도 활력 을 되찾기 시작 했다. ㅂ 씨 의 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사용 현황 (왼쪽 그래픽) 을 보면 24 일만 에 60 원 남아 있다. 사진 은 4 월 28 일 수원 못골 시장 모습. 전주 수원 / 사진 장철규 선임 기자 [email protected], 그래픽 박향미 기자 [email protected] ※ 이미지 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.
재난 의 고통 은 개별 적이고 상대적 이다. 그 속 에서 우리 는 먹고, 입고, 병원 에 가야 한다. 유례 없는 코로나 19 재난 이 주는 고통 을 기존 의 제도 는 모두 살피기 어려웠다. 재난 기본 소득 은 여기서 출발 했다. 는 4 월 말 부터 재난 기본 소득 을 최초로 지급 한 전주시 (지난달 3 일 지급), ‘보편성’ 이라는 가치 를 이끈 경기도 (지난달 9 일 지급) 를 돌며 ‘기본 소득 이 도움 이 됐나요’ 물었다. 한달 의 풍경 이 그려 졌다. 한 60 대 여성 은 동네 슈퍼 에서 가족 이 먹을 쌀 부터 구입 했다. 열흘 넘게 아끼다 병원비 로 절반 을 들인 중증 장애인, 두 달째 손님 없이 멍하니 앉아 있던 동네 김밥 집 사장님 이 안타까워 꼬마 김밥 5500 원어치 부터 산 실직자 도 있다. 절박 하진 않아도 필요한 일 에 쓴 경우 도 있다. 아이 둘 의 학원비 를 낸 사람, 한달 목욕 권 을 끊은 이도 있다. 누구 는 기본 소득 만 이 희망 이라 하고, 반대편 에선 기존 복지 제도 확충 을 주장 하며 불편 해 한다. 포퓰리즘 이라 공격 하는 이들 도 여전 하다. 그럼에도 기본 소득 52 만 7 천원 을 받아 삶 의 끈 을 붙잡은 이가 전주 에 있고, 경기도 한 시장 은 20 만원 덕 에 숨통 이 트 였다.
슈퍼 · 식당 · 병원 에서 ‘빨간 카드’ 는 사람 도 시장 도 춤추게 했다
“받자 마자 아들 이랑 동네 마트 가서 쌀 부터 팔고 고기 도 좀 샀죠 잉.”
지난 4 월 22 일 는 60 대 요양 보호사 ㅂ 씨를 만나 그가 11 일 동안 쓴 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의 사용 명세 를 살펴 봤다. 4 월 11 일 전주시 는 중위 소득 100% 이하 에 해당 되는 건강 보험료 (지역 4 만 7260 원, 직장 7 만 4670 원 이하) 를 부담 한 개인 에게 재난 기본 소득 52 만 7 천원 을 일률적 으로 지급 했다. ㅂ 씨 등 전주 시민 이 받은 이 돈 은 코로나 19 사태 뒤 전국 최초로 지급 된 재난 기본 소득 이었다.
이날 ㅂ (62) 씨 의 ‘전주 함께 하트 카드’ 사용 명세 에 처음 등장한 상호 는 그의 집 인근 슈퍼마켓 이었다. 오전 11 시 18 분 은행 의 카드 발급 과 동시에 ㅂ 씨 의 휴대 전화 에 사용 안내 문자 가 도착 했다. 30 여분 뒤인 오전 11 시 55 분 그의 첫 사용처 로 그 슈퍼마켓 이 떴다. “받자 마자 신나서” 30 여분 만 에 그는 18 만 5240 원 으로 소고기 등 식료품 을 샀다. 고기 파티 를 한 다음날 저녁 엔 아들 둘 과 오랜만에 피자 (2 만 1900 원) 를 시켜 먹었다.
기본 소득 으로 가족 만찬
코로나 19 라는 “숭 악헌” 것이 오기 전 까진 풍족 하진 않지만 아껴 가며 살 만은 했다. 요양 보호사 를 택한 건 60 대 여성 으로서의 궁여지책 이었다. 수입 은 한달 100 만원 을 겨우 넘었다. 쪼 들리지 않았던 것은 두 아들 덕분 이었다. 30 대인 아들 둘 모두 대리 운전 기사 다. 아들 탓 을 할까 싶었 는지, “내가 못 배우고 가난 해서 더 가르치지 못해서 그렇지 성실 하다” 고 했다.
두 아들 의 벌이 만 3 인가 구 기준 중위 소득 (387 만원) 은 가뿐히 넘었다. 그런데 2 월 말 코로나 19 가 전국 적인 폭증 조짐 을 보인 뒤로는 상황 이 급변 했다. 공포 는 사람들 의 발길 을 묶었 다. 거리는 텅 비 었고, 결국 두 아들 은 일자리 를 ‘거의’ 잃었다. 대리 기사 를 찾는 사람 이 없어 실직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에 놓였다. 고용 보험 가입 대상 이 아니니 실업 급여 를 바랄 수도 없다. 게다가 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은 중위 소득 100% 이하 (의 건강 보험료) 를 기준 으로 지급 되니 그 이상의 수입 을 올리는 두 아들 모두 대상자 가 아니다. ㅂ 씨 의 요양 보호사 일과 52 만 7 천원 으로 당분간 버텨야 했다.
사용 명세 를 살펴본 4 월 22 일 현재 남은 돈 은 12 만 9320 원. 지난 11 일 동안 39 만 7680 원 을 썼다. “내친김 에 ‘아들 놈 차’ 에 기름 도 3 만원 어치 넣어 줬 (4 월 14 일)” 고, 그다음 날 “오며 가며 장사 가 너무 안되는 눈 에 밟 혔던 동네 꽃집” 에서 봄꽃 화분 세 개 를 사기 도 했다 (결제 금액 1 만 7500 원). 그래도 식재료 비 (간식 제외) 가 26 만 5780 원 으로 제일 많았다. “일 없는 아들 둘이 집 에 있다 보니 식비 가 평소 보다 더 들어간 것” 이라고 했다. 자잘한 병 을 달고 살아온 ㅂ 씨 는 약국 에서 파스 등 (1 만 4 천원) 도 샀다. 기본 소득 을 60 원 남기고 모두 소진 한 것은 5 월 4 일. 지급 24 일 만이 었다. 다 써보니 처음 과 생각 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. “공짜 로 신세 지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 하다 ”던 그가“ 참 잘 썼다. 또 받으면 아들 들이랑 기분 도 좀 내고 잘 쓰겠 다 ”고 했다. ‘또’ 는 정부 의 긴급 재난 지원금 (3 인가 구 80 만원) 을 두고 하는 말 이었다.
4 월 중순 이 넘어서 면서 부터 아들 들 일 이 좀 나아 졌다고 는 하지만 상황 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. “불안 하다” 고 했다. ㅂ 씨 자신 의 일도 줄어들 낌새 가 보인다. 엄연 한 현실 이다. 요양 보호사 가 돌보는 환자 는 대부분 고령 의 환자 다. 코로나 19 에 특히 취약 하다. 열 집을 하루 서너 군데 씩 돌지 만, 다음달 에도 일 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 은 없다. 실제로도 요양 보호사 를 포함 해 사회 복지사, 학원 강사, 어린이집 교사 등 의 일자리 가 8 만 3 천개 줄었다. (3 월 고용 통계 전문직 일자리 기준) 그래서 정부 의 긴급 재난 지원금 80 만원 은 든든 하다.
“평생 세금 한번 안 밀리고 죄 없이 살았 응 께 어려울 때 이 정도 는 받아도 괜찮지 않겄 냐고 아들 이랑 얘기 했다니 께요.”
ㅂ 씨 는 졸지에 두 아들 을 부양 하는 신세 가 됐지만, 수치 로 들여다 보면 여러 면 에서 전형적 이었다. 전주시 가 <한겨레>에 제공 한 4 월 28 일 까지 의 ‘전주 함께 하트 카드’ 이용 현황 을 보면, 발급자 1 만 8595 명 가운데 ㅂ 씨 와 같은 60 대가 5694 명 (31%) 으로 가장 많았다. 50 대 (29.8%), 40 대 (18.6%) 가 그 뒤를 이었다.
전체 사용자 의 소비 패턴 도 ㅂ 씨 와 유사한 경로 를 보인다. 전주시 자료 를 업종별 로 보면, 재난 기본 소득 중 슈퍼마켓 에서 쓰인 돈 이 39% 로 압도적 이다 (20 억 1400 여 만원). 다음 은 식당 22% (11 억 3900 여 만원), 병원 7% (3 억 3400 여 만원) 순 이다. 긴급 재난 지원금 의 취지 에 맞게 생활 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 에 사용 됐다고 할 수 있다.
물론 생계형 (생존 형) 만 있는 것은 아니다. 다섯 번째 로 많은 소비 가 운동 용품 (4%) 이다. 취재 과정 에서 ㄷ 목욕탕 에 10 만원 이 결제 된 내용 이 있어 현장 을 찾았다. 한 60 대 남성 이 월 쿠폰 을 결제 한 것으로 확인 됐다. 일주일 에 몇번 목욕탕 을 찾는 알뜰한 ‘호사’ 를 기본 소득 의 도움 을 받아 누린 셈 이다. 이렇게 전주 형 기본 소득 으로 지급 된 돈 은 총 97 억 9900 여 만원 이다. 이 가운데 52.2% (51 억 1600 여 만원) 가 25 일 만 에 소진 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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큰 힘 이 됐다
“안경 을 바꾸고 싶은데….”
같은 날 전 아무개 (35) 씨를 만난 것은 전주시 중증 장애인 지역 생활 지원 센터 에서 였다. ㅂ 씨 가 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을 대표 하는 인구 집단 에 속 한다면, 전씨 는 지급 이 가장 시급한 대상 이었을 것이다. 이명현 경북대 교수 (사회 복지학) 는 ‘한국 에서 의 기본 소득 도입 을 위한 우선 순위 설정 에 관한 연구’ (2011) 라는 논문 에서 “기본 소득 이 가장 시급한 인구 집단 은 모든 개인 ④65 살 이상 노인 ④ 살 미만 아동 ⑤15 ~ 29 살 청년 순 ”이라고 밝힌 바 있다. 이 교수 는 <한겨레>와 한 통화 에서 “해당 순서 는 기본 소득 연구자 들을 대상 으로 한 설문 을 수치화 한 것” 이라며 “연구자 들은 현재 의 사회 보장 제도 있다는 의미 에서 기본 소득 이 필요한 1 순위 로 등록 장애인 을 꼽았다. 특히 연구자 들은 등록 장애인 들이 양질 의 일자리 를 구하기 힘들다 는 측면 에서도 필요성 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”고 설명 했다.
그런데 전씨 가 내민 휴대 전화 에서 명세 를 살피니 지급 받은 지 일주일 이 지났는데 도 여전히 잔고 가 49 만여원 이다. 그것도 동네 마트 에서 라면 등 을 포함 해 찬거리 사느라 2 만 3 천여 원 을 쓴 게 전부 였다. “쓸 만한 곳 이 없어서” 라고 했다. 이는 ‘필요 하지 않아서’ 와 엄연히 다르다. 의외로 많이 남았다 고 했더니, 그는 웃으며 “아껴 두고 있다” 고 답했다. 일자리 는 늘 불안 하고, 병원 을 가야 할 상황 도 언제 발생 할지 모른다. 부모님 은 은퇴 해 연금 에 의지 한다. 가족 중 제대로 된 소득 은 전씨 가 유일 하다. 그는 장애인 이면서 장애인 활동 지원 사로 일 한다. 장애인 들의 일상 생활 을 돕는 일로 한달 벌어 들이 는 수입 은 100 만원 남짓 이다. 그 에게는 코로나 19 가 있기 전에도 일상 이 비상 상황 이었다. 전씨 는 “코로나 19 가 왔지만 마스크 를 좀 더 꼼꼼하게 쓰는 것 빼면 달라진 게 없다” 고 했다. 이런 그가 재난 기본 소득 52 만 7 천원 을 받은 뒤 마침내 ‘큰 마음’ 을 먹을 수 있었다.
“5 년도 더 돼서 요.”
안경 을 매만 졌다. 렌즈 만 20 만원 이 넘어 평소 엄두 를 내지 못했던 일 이다. 기본 소득 이 생긴 뒤 ‘새로 할까’ 하는 생각 이 들기 시작 했다 (전주시 재난 기본 소득 소비 분야 중 안경 은 열 번째 (1%) 다).
“그다음 신발 한 켤레 사고, 엄마 한테 물어봐서 장 한번 보고.”
병원 은 오히려 후순위 다. 목과 허리 가 좋지 않지만 비용 이 부담 스러워 참고 지낸다. 열흘 뒤 그 에게 에스엔 에스 (SNS) 로 문자 를 남겼다. 소비 명세 를 부탁 하기 위해서 였다. 한참 걸려 “14 만원 정도 남았습니다” 라는 답 이 왔다. 1 분이 흘렀을 까, “이틀 전 (4 월 30 일) 목과 등에 통증 을 견디지 못하고 응급실 에 실려 갔다” 는 말이 떴다. “병원비 만 20 만원 이 넘었다” 고 했다. “지금도 목과 등 … 통증 이 있어서 힘드네요 …” 라고 연이어 메시지 가 떴다. “식재료 구입비 로 18 만원 정도 썼다” 는 문장도 추가 됐다.
이틀 뒤 다시 말 을 걸었다. 전씨 는 “통증 이 여전해 일 을 못하고 있다” 고 했다. 예상치 못한 입원 으로 일 이 줄어 이달 수입 은 100 만원 아래 일 것이다. “다행 인 것은 연이어 받게 될 정부 가 주는 기본 소득 (긴급 재난 지원금)” 이라며 “우리 집 은 4 인가 구 이니 100 만원 이 생길 것” 이라고 했다. 인터뷰 도중 종종 활짝 웃던 그의 표정 이 궁금 했다. 그는 낡은 안경 을 바꿀 수 있을까. “(기본 소득 은) 갑작 스럽게 아파서 일 을 못 나갈 수 있는 나 같은 사람 에게 큰 힘 이 됐을 것” 이라는 말로 그의 메시지 는 끝 이 났다.
전주시 에서 ㅂ 씨 와 전씨 처럼 기본 소득 을 지급 받은 인원 은 4 월 28 일 을 기준 으로 1 만 8595 명 이다. 지급 대상자 임을 알리기 위해 행정망 을 총동원 해온 전주시 는 9 일 이후 최대 4 만 5 천여명 이 기본 소득 혜택 을 볼 것으로 기대 한다. 전주시 는 시민 전체 에 고루 혜택 이 가지 않은 것에 여전히 전전 긍긍 하고 있다. 김승수 전주 시장 은 <한겨레>와 한 인터뷰 에서 “전체 시민 에게 보편적 으로 지급 했으면 좋았 겠지만 시 재정 으로 는 할 수 있는 만큼 의 최선 이었다. 이번 제도 시행 으로 기본 소득 의 효용성 은 어느 정도 입증 됐다고 본다 ”며“ 앞으로 이를 어떤 상황 에서 어떻게 적용 시킬 것인가 는 지급 이 마무리 되는 대로 본격적 으로 논의 해 보겠다 ”고 했다.
전주 시민 한미 오씨 (오른쪽) 가 지난 22 일 오후 전주 남부 시장 안 식당 을 찾아 전주시 가 지급 한 재난 기본 소득 카드 로 음식 값 을 치를 수 있는지 물어 보고 있다. 장철규 선임 기자 [email protected]
보편 지급 이 만든 다른 풍경
선별 지급 을 택한 전주시 와 달리 경기도 는 ‘전 도민 에게 10 만원 씩 지급’ 을 전격 시행 하면서 주목 을 받았다. 경기도 의 결단 으로 도내 기초 자치 단체 31 곳 까지 기본 소득 지급 을 약속 했거나 지급 했다. 경기 도민 들은 적게 는 15 만원 에서 많게는 50 만원 까지 기본 소득 의 혜택 을 누리고 있다. 경기도 의 재난 기본 소득 보편 지급 은 재난 상황 에서 취약 계층 을 선별 하다 시기 를 놓칠 수도 있다는 주장 이 공감 을 얻으 면서 시행 됐다. 재난 상황 의 긴급 성 이 기본 소득 의 보편성 을 보장 하는 계기 가 된 것이다. 특히 수원시 는 10 만원 을 지역 화폐 가 아니라 현금 으로 지급 하면서 좀 더 완전한 기본 소득 제도 를 구현 하고 있다는 평가 를 받는다.
“나 처럼 그나마 운 이 있었던 사람 까지 인터뷰 할 필요 가 있을까요.”
경기도 수원 에서 ㅊ (40) 씨를 만난 것은 4 월 28 일. ㅊ 씨 는 평소 쓰는 신용 카드 로 경기도 로부터 10 만원 을, 수원시 로부터 는 개인 통장 으로 10 만원 을 받았다. 개별 지급 이지만 2 인가 구라 남편 몫 까지 계산 하면 총 40 만원 이다. ㅊ 씨 가 말하는 ‘운’ 은 두 가지다. 그는 코로나 19 로 실직 한 비정규직 노동자 다. 그런데 고용 보험 에 가입 돼 있어 몇달 이나마 버틸 여력 이 생겼다. 비정규직 고용 보험 가입률 이 열 중 넷 에 못 미치는 현실 을 고려해 그는 “그나마 운 이 좋은 편” 이라고 했다. 1 월 까지 일했던 병원 은 1 년 마다 재계약 을 했다. 재계약 즈음 인 2 월 코로나 19 확진 자가 폭증 하기 시작 했다. 건강 검진 이 주 수입원 인 병원 에 예약 취소 가 밀려 왔고, 비정규직 이던 ㅊ 씨 는 재계약 을 하지 못했다. ㅊ 씨 의 상황 은 고용 노동부 의 3 월 조사 에서도 드러난다. 상용 근로자 는 전년 동기 대비 8 천명 (-0.1%) 감소 하는 데 그쳤 지만 임시 일용 근로자 는 12 만 4 천명 (-7.0%) 줄었다. 100 만원 이 조금 넘는 실업 급여 를 언제 까지 받을 수 있을지 따져 보던 중 기본 소득 이 지급 됐다.
ㅊ 씨 가 두번째 운 이라고 한 것은 “남편 의 직업” 이었다. “자랑 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지만” 남편 은 경기도 소재 대기업 의 정규직 이다. 그래도 요즘 같은 시기 에 50 대 까지 지금 직장 에 다닐 수 있을지 알 수 없다. 운 이 따른 이에게도 불안 은 예외 가 아니다.
“가끔 산책 나올 때 단지 앞 ㅎ 김밥 에 손님 이 없어 사장님 이 테이블 에 멍 하게 앉아 있는 게 남 일 처럼 느껴 지지 않더라 니까요.”
ㅊ 씨 와 함께 4 월 14 ~ 24 일 동안 그의 카드 명세 (경기도 지급) 와 통장 명세 (수원시 지급) 를 되짚어 봤다. 첫 소비 장소 는 ㅎ 김밥 이었다. ㅎ 김밥 집 에서 두번 사용 했다. 그외 에 국밥 집 1 회, 죽집 1 회, 수원 못골 시장 ㄷ 반찬 1 회, 동네 커피 숍 1 회, 약국 1 회, 병원 1 회 등 5㎞ 반경 안에서 경기도 기본 소득 9 만 5380 원 을 썼다. 수원시 가 준 10 만원 은 어머니 · 언니 와 의 하루 밥값 (점심 · 저녁 · 야식 등) 에 썼다. 서울 에 사는 김씨 의 언니 는 선별 지급 대상 (50% 이하) 이 아니 어서 ㅊ 씨 가 “한턱 내게 됐다” 고 했다. 수원시 기본 소득 은 지역 화폐 처럼 사용 지역 과 업소 가 한정 되는 꼬리표 가 붙지 않아 더 자유롭고 조금은 호기 롭게 쓸 수 있었다.
ㅊ 씨 남편 ㄱ 씨 의 소비 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. 4 월 29 일 ㅇ 정육점 3 만 1270 원, 5 월 1 일 ㅊ 김밥 1 만 4 천원, ㅇ 곰탕 2 만 6 천원 등 을 제외 하면 마스크 약국 에서 구입 한 게 전부 였다. 3830 원 이 남았다. 그리고 수원 기본 소득 10 만원 엔 따로 계획 이 있었다. 오는 주말 둘 은 가까운 곳 으로 당일 치기 여행 을 다녀 오려고 한다.
ㅊ 씨 처럼 경기도 에서 재난 기본 소득 을 신청 한 인원 은 1 천만명 을 넘었다 (1 일 0 시 기준 1031 만 9331 명). 이는 전체 지급 대상자 (1327 만명) 의 77.7% 다. 현금 10 만원 을 지급 하는 수원시 는 신청 첫날 에만 43 만명 이 몰렸다.
화성시 에 사는 ㄱ 씨 는 도내 공기업 에서 정규직 으로 일 한다. 경제적 인 위기감 을 느낄 정도 는 아니었다. 4 인 가족 이니 경기 기본 소득 을 더해 120 만원 이 생긴 셈 이다. 물론 식료품비, 식당 (외식) 비 등 씀씀이 가 줄어든 것은 사실 이다. 기본 소득 을 받으면서 이 항목 들은 곧바로 정상화 됐다. ㄱ 씨 가 7 일 공개 한 소비 명세 를 보면, 아파트 단지 에 있는 ㅎ 마트 에서 9 만 3470 원 으로 식료품 과 생필품 을 구매 하고, 가족 과 ㅎ 식당 에서 10 만 5 천원 어치 갈비 를 먹은 게 대표적 이다. 그런데 다른 패턴 도 보였다. 교육비 (학원비) 로도 기본 소득 을 쓴 것이다. ㄱ 씨 의 두 자녀 는 초등학생, 중학생 이다. ㄱ 씨 가족 은 “외식 도 하고 장도 보면서 아이들 엄마 도 좋아 하고, 아이들 도 마찬가지다. 가족 분위기 가 달라 졌다 ”고 했다.
기본 소득 으로 사람들 움직여
덩달아 동네 시장 도 살아나
“사람 이 늘었다” 는 회복 신호
동네 상권 ‘호흡기 달았다’ 평가
기본 소득 효능감 누린 시민들
정부 긴급 재난 지원금 기대
경기도 고양시 의 한 정육점 에 재난 기본 소득 사용 이 가능 하다는 알림 글 이 붙어 있다. 장철규 선임 기자 [email protected]
시장 에 사람 이 모인다
개별 의 삶 에 숨 이 돌아 오기 시작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곳 이 들썩 이고 있다. 전통 시장 을 중심 으로 한 동네 상권 이다. 선별 지급 인 전주 든, 보편 지급 인 경기도 든 대형 마트 를 사용 대상 에서 제외 하면서 나온 결과 로 보인다. 시장 이용 의 증가 와 관련해 전문가 들은 4 월 15 일 총선 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, 확진 자 감소 등 여러 요소 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 한다. 그럼에도 분명한 건 기본 소득 이 마중물 이 됐다는 사실 이다.
4 월 22 일 찾은 전주 남부 시장. ‘동래 분식’ 은 20 년 이 넘은 팥죽 집 이다. 스무 개가 안 되는 테이블 이지만 시장 에서는 꽤 큰 규모 로 꼽힌다. 무엇 보다 팥죽, 팥 칼국수 는 회전율 이 빨라 ‘대박 집’ 으로 한 종편 채널 에 소개 되기도 했다. 한달 에 벌어 들이 는 수입 만 4 천만원 이 넘었 는데, 점심때 전체 손님 이 서너 차례 회전 할 정도 였다. 그러다 2 월 코로나 19 확진 자가 급증 하기 시작 하면서 손님 이 뚝 끊겼다. 하루 에 한두 테이블 이나 들었 을까. 매출 의 절반 이 복구 된 게 빨간 카드 (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카드) 가 보이기 시작한 4 월 중순 이후 다. 카드 결제 10 건 을 기준 으로 3 ~ 4 건이 빨간 카드 로 지불 됐다. 팥죽 을 휘젓는 이정미 (54) 씨 는 “회복 될 기미 는 보인다” 고 했다. 마침 한 손님 이 앉 자마자 “이걸로 팥 칼국수 한 그릇 될 랑가” 라며 카드 를 꺼내 든다. 다 이다. 한아 무개 (61) 씨 는 “52 만원 이 생긴 김에 얼마 전 다리 를 다쳐 밥상머리 에 앉기 힘들어 진 남편 이랑 쓰려고 시장 안 중고 가구점 에서 20 만원 짜리 식탁 을 흥정 하다 돌아서 는 길 에 들렀다” 고 했다. 이렇게 4 월 3 일 지급 이후 28 일 까지 전주시 슈퍼마켓 에서 소비 된 금액 이 20 억원 이 넘는다.
전주 신 중앙 시장 도 “예전 같지는 못해도 이 정도 면 버틸 만은 하다” 는 말이 곳곳 에서 나왔다. 반찬 가게 를 운영 하는 반 봉현 신 중앙 시장 상인 회장 은 “한 건 을 팔기 도 어려운 3 월 을 지나고 평소 의 3 할 정도 는 회복 했다” 고 했다. 물론 모두 가 나아 졌다고 하기 는 어렵다. 점포 별 편차 를 무시할 수 없다. 그럼에도 고사 직전 이던 전통 시장 등 동네 상권 에 최소한 ‘버틸 수 있도록’ 호흡기 를 댔다 는 평가 가 나온다.
“5 월 1 일 부터 시작된 연휴 는 명절 못지 않은 대목 이었죠.”
수원 못골 시장 (팔달구) 에서 건어물 가게 를 운영 하는 이충환 (49 · 경기도 상인 연합 회장) 씨 는 “경기도 재난 기본 소득 덕분” 이라고 평가 했다. <한겨레>가 지난달 28 일 못골 시장 을 찾았 을 때 평일 임에도 가게 곳곳 이 마스크 를 쓴 사람들 로 붐볐다. 닭강정 집을 운영 하는 권경래 씨 는 “3 월만 해도 시장 을 지나는 사람들 이 하루 10 여명 될까 말까 였다. 4 월 중순 이후 로 늘기 시작해 지금 은 이렇게 사람 이 많다 ”고 했다. 오후 5 시가 조금 넘은 시각, 9 천원 짜리 닭강정 을 끝 으로 모든 메뉴 가 매진 됐다. 이는 수치 로 도 확인 된다. 경기도 시장 상권 진흥원 이 지난달 22 ~ 28 일 도내 자영업자 1014 명 을 대상 으로 재난 소득 효과 를 물어 보니, 전체 응답자 의 10 명 중 7 명꼴 로 매출 에 도움 이 됐다고 답했다. 특히 54.9% 는 재난 소득 이 지급 된 지난달 9 일 이후 매출 이 늘었다 고 했다.
소비 현황 을 알 수 있는 지표 는 또 있다. 한국 신용 데이터 가 전국 주요 지역 카드 가맹 자영업자 를 대상 으로 조사한 내용 을 보면, 경기도 의 매출 은 전년 동기 대비 95% 선 을 유지 했다. 2 월 마지막 주 75% 까지 떨어진 점 을 고려 하면 회복세 가 눈 에 띈다. 이재명 경기도 지사 는 지난 5 일 자신 의 페이스 북 에 올린 글 에서 “지난달 11 일 부터 경기도 재난 기본 소득 이 신용 카드 와 지역 화폐 로 지급 됐다. 재난 기본 소득 지급 이후 인 4 월 셋째 주 부터 신용 카드 사용 회복률 이 현격 하게 높아 졌는데 이는 재난 기본 소득 이외에 달리 이유 를 찾을 수 없다 ”고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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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장 의 호의적 인 반응 뒤로 일부 에서는 기본 소득 이 복지 정책 으로서만 이 아니라 경제 정책 으로 도 지속 가능 하다는 평가 가 나온다. 문제 는 재원 이다. 유영성 경기 연구원 기본 소득 연구 단장 은 “토지세 등 조세 로 확충 하는 방안 이 주요 하게 거론 되지만 도로 등 에스오 시 (SOC) 사업 을 줄이는 등 기존 재원 배분 을 결국 재원 을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는 정치적 결단 과 국민적 합의 만 있다면 재원 확보 가 불가능한 문제 만 은 아니다 ”라고 설명 했다.
전주 수원 / 하 어영 기자 [email protected]
조금 모자라 도 시작 이 중요 하다
[토요판] 커버 스토리
기본 소득 개념 논쟁, 그보다 중한 것
보편성, 무조건 성, 개별성
기본 소득 요건 에 부족한
전주 형 소득 은 기본 소득 일까
“취지 살리되 재정 고려”
전 도민 에게 지급 한 경기도
“마음 만 먹으면 이미 현실”
코로나 19 사태 로 사람들 의 발길 이 뚝 끊겼던 수원역 앞 매산로 테마 거리 가 경기도 재난 기본 소득 지급 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로 4 월 28 일 오후 사람들 의 발길 이 이어지고 있다. 수원 / 장철규 선임 기자 [email protected]
“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이 기본 소득 으로 모자란 점이 물론 있죠. 다만 저는 흑묘백묘 (검은 고양이 든 흰 고양이 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 주의) 를 얘기 하고 싶어요. ”
전주 형 재난 기본 소득 을 설계 한 핵심 관계자 로 꼽히는 김미곤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 선임 연구 위원 은 “예산 이 충분 했더 라면 더 많은 사람 에게 줄 수 있었을 것” 이라며 “전주 시민 모두 에게 주지 는 못하지만 름 라는라는 고집 한 것은 지원금 이라는 말이 주는 낙인 효과 를 고려한 것 ”이라고 설명 했다. 이어 “현실 의 제약 안에서 재난 의 위기 를 가장 잘 극복 할 수 있는 내용 을 담아 야 해서 선별 의 방식 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” 고 했다.
기본 소득 을 논할 때 핵심 적인 개념 으로 보편성 (인구 집단 등 지급 제한 없음), 무조건 성 (소득 등 조건 무관), 개별성 (개인 지급) 등 을 꼽는다. 여기 에 충분 성 (기본 욕구 등 충족), 현금 지급 등 을 필수 요건 으로 삼는 연구자 들 도 존재 한다. 전주 소득 은 이 요건 가운데 무조건 성 이 결락 됐다. 재정적 한계 때문 이다. 중위 소득 100% 이하 에 해당 되는 건강 보험료 본인 부담금 (지역 4 만 7260 원, 직장 7 만 4670 원 이하) 의 조건 에 맞는 시민 4 만 5 천여명 을 추려서 지급 한다. 김승수 전주 시장 이 4 월 22 일 와 한 인터뷰 에서 “보편성 이나 무조건 성은 정부 가 관철 시켜 줬으면 한다” 며 “대신 효과 를 극대화 에게 최소한 의 생활 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법정 최저 생계비 (52 만 7 천원 ) 를 지급 했다 ”고 설명 했다. 김미곤 위원 도 “재난 은 모든 당사자 에게 동 질적 이지 않다. 기본 소득 이라는 취지 를 지키면서 도 재난 의 충격 을 더 받은 그룹 을 특정한 다음 생존 을 유지 하도록 하고 재기 의 발판 을 중요 하다고 생각 했다 ”며 선별 성과 충분 성의 의미 를 더했다.
전주 소득 이 ‘과도기적’ 기본 소득 이라면, 경기 소득 은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간 ‘부분’ 기본 소득 으로 분류 된다. 매달 지급 처럼 정기성 을 갖추지 못한 한계 가 있지만, 경기도 내 31 개 기초 자치 단체 가 모두 시군 별 기본 소득 지급 에 참여 하면서 효과 는 배가 됐다. 벌써 부터 경기도 의 재난 기본 소득 이 코로나 19 사태 와 함께 이미 찾아온 뉴 노멀 사회 의 새 대안 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 도 나온다. 유영성 경기 연구원 기본 소득 연구 단장 은 “경기 지역 은 이번 기본 소득 지급 과 관련해 면밀히 분석 한 다음 평상시 에도 복지 사각 지대 를 로 기본 소득 을 발전 시켜 나갈 계획” 이라고 밝혔다. 이어 “기본 소득 이 시장 에 풀리 면서 시장 활성화 등 긍정적 인 반응 들이 나오고 있다. 지금 까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 에서 청년 기본 소득 등 여러 지원 이 있었지만 이번 처럼 효과 가 나온 것은 처음 ”이라며“ 코로나 19 이후 비 대면 방식 등 이 중요 가 현장 맞게 조 조 조 조 조 조 조 조 조 조 조 조 조 고 말했다.
정부, 지자체 등 실행 주체 의 의지 가 기본 소득 도입 에 가장 중요 하다. 전주시 는 재난 기본 소득 과 관련한 별도 의 연구 를 진행 하고 있다. 김승수 시장 은 “일회적 으로 가져다 쓴 개념 은 아니다. 재난 뒤 효용성 을 따져 복지 제도 로서 정착 할 수 있도록 고민 할 것 ”이라고 했다. 기본 소득 의 현실화 측면 에서 이재명 도지사 는 이미 지난 대선 에서 공약 으로 내세웠 을 만큼 의지 가 확고 하다. 이 지사 는 지난 5 일 에는 자신 의 페이스 북 에 “일상적 기본 소득 이 현실화 되는 것은 마음 만 먹으면 현재 도 얼마 든지 가능한 일” 이라고 주장 했다.
하 어영 기자 [email protected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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